[장창식 교수] 팔고 싶은가, 그렇다면 정체성과 권위를 부여하라
장창식의 ‘다른 시선’
사진=탐나라공화국
대한민국 안에 두 개의 공화국을 만든 사람이 있다. 처음엔 남이섬에다 나미나라공화국을 만들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이젠 제주도에 탐나라공화국을 만들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제주에서 만난 강우현 대표는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은 끼를 거침없이 발산하고 있었다. ‘팔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판다.’, ‘팔리면 상품이고 안 팔리면 작품이다.’를 외치는 그의 연설을 듣다 보면 마치 마력에 홀린 듯 빠져들게 된다. 그가 자신의 상품(?) 또는 작품(?)들을 소개할 때면 마치 광인(狂人)을 보는 듯하다. 아니 ‘미치지 않고서는 저렇게 못 할 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틀림없이 그는 미친 사람이었다. 자신의 신념에 빠져 비현실을 현실로 바꿔나가는, 미쳐도 단단히 미친 사람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런 미친 사람을 보는 내내 불쾌감이나 두려움보다는 그만큼 열정적으로 살지 못한다는 자책과 더불어 잠자던 도전 의식이 되살아났다.
그는 모두가 안 된다는 것을 그만의 역발상으로 되게 만들었다. 황무지이고 물이 없어 개간이 어렵다고 하자 빗물을 받아 80여 개의 연못을 만들고 5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전국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재활용해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조형물과 교육 체험 공간을 만들어 냈다. ‘버려지면 청소지만 다시 쓰면 창조가 되지요.’ 그의 재치 발랄한 어록은 그의 열정만큼 지금도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그는 상품만 팔지 말고 정체성과 권위를 부여하라고 말한다. 제주도에서 수없이 버려지는 나무 감귤 상자를 잘라서 컵 받침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제주에서 사라져가는 귤상자로 만든 컵받침’이란 제품명으로 관광공사에 25,000원에 납품하고 있다. 귤 상자 하나로 컵 받침 6개를 만드니 버려지는 귤 상자 하나가 15만 원의 가치가 되는 셈이다. 땅을 개간할 때 끊임없이 나오는 제주 현무암을 녹여 그릇도 만들고 컵도 만들었다. 그냥 팔면 그릇이지만 ‘제주 현무암으로 만든 그릇’이라고 하여 상품 가치를 다르게 만들었다.
미국의 저명한 연구 논문에 의하면 어떤 정보에도 좌우되지 않고 오직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상품을 사는 사람들은 5%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의 의견이나 광고, 가격, 브랜드 영향력 등의 요소들로 인해 상품을 결정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 우리로 하여금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우리의 의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 수 있을까? 연구에서는 가격, 소유 경험, 상품에 권위성을 부여하라고 말한다. 키엘 매장의 담당자들이 연구원 가운을 입고 세일즈를 하는 것, 자일리톨 껌을 약통에 넣어서 판매하는 것, 책 표지 뒷면에 추천서를 넣는 이유도 상품에 권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권위성이 뒷받침될 때 사람들은 신뢰성을 가지고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 한 실험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팔던 싸구려 미트볼을 고급 레스토랑에서 그대로 판매했더니, 편의점에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그 미트볼을 사람들이 극찬했다고 한다. 미트볼의 맛이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전해진 장소의 정보가치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킨 것이다.
예전에는 그 브랜드의 킬러 콘텐츠가 무엇이냐가 관건이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어느 것이 맞는지를 논할 수 없는 시대로 변화했다. 일단 시도한 뒤 잘되는 것은 지속하고 안되는 것은 빠르게 교체해야 한다. 이러한 때일수록 사람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했을 때 더 호의적인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잘 관찰하고 제품에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브랜딩은 사람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제품에 어떤 권위를 선사할 것인지를 파악해 내는 브랜드가 지속적인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출처] 어패럴뉴스(http://www.apparel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