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장창식교수] SNS 버블의 시대, 관습에서 벗어나라

등록일 2023-05-11 작성자 정호진 조회수 3052 카테고리

사진=게티이미지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꼭 찾아보는 채널이 있다. 새로 나온 제품을 세세히 분석하고 장단점을 요약해서 리뷰해 주는 것도 좋지만 진행 자체를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해 오래전부터 구독 설정을 해놓은 최애 채널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이 영상이 협찬을 받아 제작된 콘텐츠임을 밝히는 순간 심한 배신감을 느꼈고 채널 구독을 취소했다. 적어도 이 채널만큼은 기업의 때가 타지 않기를 바랐고 그렇다고 믿었기에 배신감이 더 크게 다가온 것이다.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전략가로 알려진 세스 고딘은 저서 <마케팅이다>에서 ‘갈수록 빨라지지만 결코 어디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소셜미디어의 회전목마에서 이제 내릴 때가 되었다. 스팸을 뿌리는 일을 그만둘 때가 되었다’라며 기업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부도덕한(?) 마케팅 활동을 꼬집어 비판했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믿거페(믿고 거르는 페이스북 광고)는 오래전 이야기가 되었고, 인플루언서, 파워 블로거의 후기 또한 예전의 영향력을 잃게 된 마당에 아직도 예전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채널 운영에 의존하는 기업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미 러쉬(Lush)는 2019년 12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페이스북 팬, 트위터 팔로워를 정리하고 탈 SNS를 선언, 채널을 종료했다. 진정한 브랜드 팬덤을 구축하려는 노력 없이 행해지는 형식적인 SNS 마케팅 활동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기업들이 쉬운 마케팅 방법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인플루언서를 협찬하며 광고를 하는 행동은 오히려 소비자의 불신만 낳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며 이벤트, 경품으로 얻은 팬, 팔로우, 구독자들에게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는 것 또한 과한 욕심일 뿐이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인 왓이즈넥스트의 박찬우 대표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인 ‘웹 2.0시대의 정신’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닷컴버블 시대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을 때 살아남았던 기업들의 참여, 개방, 공유, 협업의 정신을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개방되고, 누구나 공유할 수 있고, 누구나 협업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갈 때 다시금 진정한 브랜드 지지자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성공한 기업들의 플랫폼들은 이러한 정신을 꾸준히 반영하여 살아남았으며 쉬운 길을 선택한 기업들은 사라졌다.


<관점을 디자인하라>의 저자 박용후 대표는 관성에 젖어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습관을 디자인하라고 조언한다.


월마트가 유통으로 세상을 지배할 때 아마존은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물건을 주문하는 습관을 바꾸는 회사로 정의 내려졌다. 월마트는 물건을 어떻게 하면 잘 팔까를 고민할 때 아마존은 어떡하면 물건을 주문하는 습관을 아마존으로 바꿀까에 총력을 다했다.


파는 물건은 똑같은데 결국은 물건 사는 습관을 누가 잡고 있느냐에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은 것이다.


네이버는 정보를 보는 습관을 바꿨고, 카카오는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배달의민족은 배달의 습관을 바꾼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관성에 젖어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버리기 아까운 관습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야 새로운 습관을 디자인할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어패럴뉴스(http://www.apparel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