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식 교수] 브랜드 마케팅, 일관되게 고집 피우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전 세계 영화, TV 시리즈, 비디오 게임 등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 IMDb에서 시청자 평점 9.1점을 받아 한국 드라마 중 1위를 차지하였다. 그 흔한 능력자 하나 없는 주연진과 찌질하고 편협한 조연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때론 울리고 때론 파안대소하게 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드라마 폐인을 만들어 낸 수작이 되었다. 그러나 방영 초기 ‘나의 아저씨’라는 제목이 청년 연하녀가 중년 연상남을 사랑하는 로맨스물을 떠올리게 한다는 일부 커뮤니티의 문제 제기에 상당수 언론이 동조하며 이를 확대 재생산하였고, 결국 수많은 악플러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마련된 기자 간담회에서 김원석 PD가 눈물을 보일 정도로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제작진은 일관된 의지로 끝까지 밀어붙였다. 이후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비난하던 측이 주장하던 형태의 스토리가 아님을 알게 되었고, 대다수 시청자의 지지와 찬사가 쏟아졌다. 시간이 지나 수많은 사람의 인생 드라마로 평가되고 세계적인 호평을 받게 되자 당시 악플러들은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되었다.
세스 고딘(Seth Godin)은 사람들의 세계관은 이미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리석은 마케터들은 자신의 놀라운 마케팅 능력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각자의 신념이 있으며 그 신념을 건드리는 그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세상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며 각자의 정답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매일 매스컴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를 강조해도 모두가 다 친환경을 중요시하지는 않는다. “그딴 거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어, 살기도 바쁜데”라고 말한다. 악플을 습관적으로 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치관에만 매몰되어 산다. 그들에게 진실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각자의 생각과 그릇된 신념만 있을 뿐이다. 오죽하면 ‘사람은 절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까? 불편하지만 우리는 이미 형성된 사람들의 믿음은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하며 그것이 브랜드 마케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을 발견했다면 이제는 믿음을 불어 넣을 차례다. 공감할 수 있는 세계관을 가진 고객을 선택하고 그때부터는 전 임직원이 고집스럽게 그 믿음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환경을 중시하는 브랜드임을 어필하려면 친환경 포장 박스와 종이테이프, 심지어 재생지에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여 인쇄한 제품 설명서를 함께 보내주어야 한다. 직원을 채용할 때도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를 가려서 채용해야 한다. 술담배에 찌든 직원이 건강식품을 판매한다면 아무리 잘 만든 브랜드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 될 것이다. 브랜드가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고객이 접하는 모든 접점이 브랜드 경험이고, 브랜드의 진정성을 파악하는 잣대가 된다.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디테일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고객들은 그 브랜드에 대한 믿음을 싹틔우게 된다. 말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사람을 누구나 싫어하듯 브랜드의 진정성은 임직원이 하나 되어 고집스럽게 행동으로 이어갈 때만 얻을 수 있는 열매이다.
개개인이 언제든지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요즘은 브랜드에게는 더없이 무서운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진짜가 되기 위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고집을 피운다는 것이다. 일관되게 고집 피우는 일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결국 믿음을 가진 브랜드 추종자로 만드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