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식 교수] 옴니보어 시대 대응 전략
이듬해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으로 잘 알려진 <트렌드 코리아 2025>는 2025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첫 번째로 ‘옴니보어’를 선택했다. 옴니보어 소비자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소비 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를 지칭하는 말로 집단보다는 개인 취미에 방점을 두는 사람을 칭한다. 과거 전통적인 시장 분석에서는 연령, 성별, 직업 등 인구학적 특성을 기준으로 타깃 소비자 집단을 나누고 각 그룹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러한 전략이 가능했던 이유는 각 집단별로 라이프스타일, 가치관 등이 유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성향들이 다 뒤섞여 버렸다. 세대 간의 격차는 줄어들었고 같은 연령대 안에서의 격차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옴니보어 시장에서 타깃에 대한 접근은 좀 더 좁고 날카롭게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전통적인 방법만을 고수할 경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OTT 산업의 선구자로 알려진 넷플릭스는 사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회사이다. 2011년까지 주된 사업이었던 DVD 사업이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한 리드 회장은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지금의 사업도 괜찮은데 굳이 모험을 감행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주주와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그러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스포티파이(Spotify)가 2년 반 만에 급성장하자 리드는 큰 위기감을 느꼈고 스트리밍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기존의 DVD 사업과 스트리밍 사업이 혼재한 초창기에는 갑자기 오른 서비스 가격에 고객들이 크게 분노했고 80만 명이 서비스를 해지하였다. 주가는 80% 하락했고 기다렸다는 듯 주주와 내부 직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나 리드는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더 빠르게 가는 계기로 삼았다. 그는 스트리밍 가입자를 늘리는 최고의 방법은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생각했고, 그 참혹한 상황에서도 매년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며 콘텐츠 제작에 투자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턴어라운드 경영을 실천해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기업이 되었다. 이와 반대로 넷플릭스보다 DVD 사업을 먼저 시작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블록버스터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못하고 결국 2004년 9,000개였던 매장은 현재 단 1개만 남게 되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캐럴 드웩은 그의 저서 <마인드셋>에서 “자신이 더 계발될 수 있다고 믿는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실제로 발전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능력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고정 마인드셋과 리밋(limt)을 정해두지 않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성장 마인드셋의 두 가지 집단으로 분류하고 2년간 추적 관찰하였다. 실험 결과 비슷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집단의 성과가 하락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낮은 성과에 대해 자신의 능력을 탓하는 반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실패의 기미가 보이더라도 그것을 오히려 자신의 학습을 위한 동력으로 삼는 모습을 보였다.
변화가 새로운 것이 아닌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TED에 출연한 넷플릭스 리드 회장에게 사회자가 “그 정도로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어떻게 확신하셨나요? 만약 잘못되면 치명적이었을 텐데요?”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맞습니다. 확신하지도 못했고 갈등도 많았습니다. 더는 말하지 않을게요. 엄청 무서웠습니다.” 미래에 대해 확신할 수 없기에 준비하며 느끼는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무척 크게 다가올 것이다. 다만 그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위기를 자초할지 기회를 발견하고 용감히 실행에 나설지는 오로지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